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조순 전 부총리(88·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31일 “1980년 이후 수출과 성장의 성과에 취한 나머지 성장만 하면 다른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 교육도, 정치도, 국민생활도 무시한 결과 성장동력을 잃었다”며 “성장동력이 살아나지 않는데 자꾸만 금융재정완화 정책, 이런 것을 써봤자 안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바른경제동인회 창립기념행사의 특별강연에서 “경기불황이라는 ‘뉴노멀’은 1970년대 이후 수출과 성장 극대화에 과도하게 집중한 것이 그 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새누리당이 3% 성장 달성을 위해 재정확장을 포함한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거는 등 정치권이 여전히 성장과 수출에 매달리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그는 “성장과 수출에 집착하느라 사회, 교육 등에 신경을 안 쓰면서 그 결과 경제도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신자유주의로 파국을 맞은 미국과는 달리 우리는 우리 내부의 문제 때문에 저성장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총리는 “수출과 성장 극대화를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것은 문민정부건 참여정부건 마찬가지였다”며 “이 때문에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만들어진 반면 수출과 관련이 적은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은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이 잘해줬으면 좋았는데 생각보다 기술혁신도 이루지 못했다”며 “청년들의 창업정신도 사라지면서 공무원이 되지 않는다면 재벌기업 사원이 되는 게 희망이 되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는 사이 사라진 것은 성장동력”이라며 “수출과 성장 집착은 결국 ‘정부 실패’가 됐다”고 진단했다.
조 전 부총리는 “박정희 정부가 산업화를 달성한 이면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두고 경제기획을 하는 등 혁신적 사고가 있었다”며 “1980년대 이후에는 정부 차원의 이노베이션(혁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교육과 정치가 잘 안되면 사람과 문화의 질이 떨어져 경제도 안된다. 아무리 돈을 집어넣어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가 우리의 유일한 자원인데 인재를 활용하는 데 소홀히 해왔던 것도 패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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