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주주와 임원진에 대해 금전대여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 이용호 게이트와 같은 벤처비리뿐 아니라 SK글로벌 사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겁니다. ” (권대영 재경부 증권제도과 사무관)
“투명경영이란 큰 흐름을 막을 순 없겠지만, 중복규제 성격이 강하고 영업행 위에 막대한 지장이 불가피해요. 일단 올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 행령에서 영업행위에 지장이 없도록 예외조항을 만드는 방향으로 대응할 겁니 다.” (김용옥 전경련 조사본부 차장)
권대영 재경부 사무관은 증권거래법 개정안(의안번호 2396)이 하루속히 통과되 길 학수고대한다.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금전대여가 비리의 온상이란 점을 깨닫고 2000년부터 준비했어요. 그러나 그동안 재계 반대에 부딪쳐 뜻을 이루 지 못했어요. 그러나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금전대여 금지를 밀어 붙였더 니, 재계도 그냥 수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증권거래법 개정안 국회 제출■
올 정기국회에 통과를 앞두고 있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기업과 등 록기업에 한해 주요 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금전대여 금지다. 올해 들어 금전대 여는 공시만 하면 그만이었다. (지난해엔 공시 대상도 아니었다) 또한 공정거 래법 규제 대상인 기업이 금전대여를 할 경우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시하면 됐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사회 결의 없이 대주주나 경영진에 금전대여를 하기 일쑤다.
금전대여는 비자금 조성을 가능하게 만든 주범이었고, 일부 기업에선 회사자금 을 횡령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됐다. 또한 계열사 지원용으로도 이용됐다.
재경부는 투자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주요 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금전대여를 원 천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주도한 권대영 사무관은 “일부 반대가 있으나 금전대여 금지 법안은 별 걸림 돌 없이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재계는 개정안 자체를 막을 수 없으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 을 통해 대수술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도덕적 해이를 막는 금전대여 금지엔 찬 성하나 그렇다고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가지급금 금지엔 반대하는 입장이다. ( 박스 기사 참조)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부회장(전 KSS해운 회장)은 “가지급금이 비자금 정거 장”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가지급금 자체를 막을 순 없다고 본다. 아직까 진 영업활동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지급금과 금전대여는 같은 성격이지만 회계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잠깐용어 참조) 수학적으로 두 관계를 표시한다면 ‘가지급금?대여금’쯤 된다. 가지급 금은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영업 활동에 직간접으로 활용되는 부문이 더 많다. 리베이트나 로비자금으로 쓸 비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가지급금은 유용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가지급금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가지급금은 자금용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지출할 때 쓰이는 용어다. 기업에서 돈을 만지는 부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현금출납부나 합계잔액시산표에 등장한 다. 직원들이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가져갈 때나 회사 대주주 등이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비서를 통해 돈을 가져갔다면 재무 담당자는 가지급금으로 처 리한다. 반대로 재무 담당자도 모르는 돈이 생겼을 때는 가수금이란 용어로 처 리된다.
■공시 불이행 17개사 과징금 추징 당해■
만약 가지급금을 순수 영업용으로 사용했다면 나중에 영수증 처리가 되겠지만, 로비자금이나 리베이트로 들어갔다면 영수증 처리가 곤란하다. 가지급금을 갚 지 않으면 분기나 반기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 대여금 항목으로 잡히게 된다. 처음부터 차용증서를 쓰고 빌려갔다면 대여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가지급금 은 나중에 영수증 처리가 안된 부문에 한해 사업보고서에 대여금 항목으로 회 계처리된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경영진들은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을 통해 개인 돈처럼 쓰는 사례가 많다. 아예 갚지 않고 빼먹는 기업가도 더러 있다. 물론 이 경우엔 구 속감이다.
현재 상장기업이나 코스닥 등록기업이 금전 대여를 했을 경우엔 공시대상이다.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할 뿐만 아니라 수시공시 대상이다. 만약 수시공시를 하 지 않거나 사업보고서에 적지 않으면 공시불이행으로 과징금을 받게 된다.
박병석 의원(민주당)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전대여를 해놓고도 공시를 하지 않아 공시불이행 판정을 받아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은 올해 7월까지만 해도 17개사에 달했다. 지난해 4개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부 쩍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 금전대여를 하고도 공시하지 않은 기업이 늘었 다기보다 밝혀진 사례가 늘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공시불이행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회사는 거래소에 상장된 기라정 보통신으로, 과징금 규모는 무려 8억990만원에 달했다. 과징금이 1억원대를 넘 은 기업은 엠바이엔(7억4640만원), 고려전기(4억1600만원), 조아제약(3억9360 만원), 포커스(2억4540만원), 지엠피(2억1840만원) 등이었다. 이 밖에도 대한 전선, 하이퍼정보통신, 보성파워텍, 에프와이디, 로이트, 테라, 엔플렉스, 삼 양식품, 제이스텍, 큐릭스, 이화전기공업 등이 금전대여를 하고도 공시를 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업체들이다.
지난해 과징금을 받은 4개 업체는 카리스소프트(1억9070만원), 유니씨앤티(2억 9240만원), 세원텔레콤(10억8670만원), 아이넥스(4200만원)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계열사 투자 목적으로 금전대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그러나 고려전기와 지엠피는 대표이사나 개인 최대주주에게 금전대여를 했다 . 고려전기는 지난해 10월 8일 최대주주인 조준환씨에게 23억2000만원을 연 5% 에 빌려줬다. 지엠피 또한 대표이사인 김양평씨에게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에 걸쳐 6억1000만원을 대여해 줬다.
이들 기업은 금전대여를 하고도 공시를 하지 않은 경우이고, 금전대여를 했다 고 공시한 기업들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코스닥기업들이 올해 8 월까지 최대주주 등에게 금전대여를 했다고 공시한 건수는 무려 162건으로 지 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8% 늘었다. 대여금액만도 2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56억원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
최대주주 등이 돈을 빌린 뒤 나중에 갚은 경우도 많지만 아예 횡령한 사례도 있다. 엠바이엔은 공시를 하지 않아 과징금을 낸 케이스. 엠바이엔 최대주주인 김광수씨는 2000년 5월부터 2002년까지 152억400만원을 빌려썼다. 그러나 회사 는 수시공시를 하지 않았고 사업보고서에도 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를 받은 후 모두 상환했다.
■회사돈 빌려 횡령하기도■
올해 6월 금감원 조사 결과 K사와 G사를 인수한 후 주식시세 조정을 통해 막대 한 차액을 남긴 L씨는 3회에 걸친 증자 과정을 통해 조달한 244억원을 대여금 으로 처리해 횡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지급금이나 대여를 통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지급금은 비 자금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보자. A기업은 물건을 구매하는 기업이고 B기업은 판매상이다. A기업 은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공매출을 요구한다. B판매상은 어쩔 수 없이 매 출을 부풀린다. 10억원짜리를 12억원에 판매한 것처럼 하고 1억8000만원을 다 시 A기업에 되돌려주는 형식이다. 돌려주는 금액이 2억원이 아닌 1억8000만원 인 이유는 가공매출 2억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2000만원을 A기업이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B판매상 입장에선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A기업 편의 를 봐주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가지급금이 발생한다. B기업은 1억8000만원을 A기업에 줄 때 가지 급금 형식으로 잡아둔다. B기업 사장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1억8000만원을 만들어 충당해야 한다. 만약 충당하지 못하면 사장 개인이 차입한 형식의 대여 금으로 남게 된다. 가지급금이 비자금 정거장이란 말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다.
B기업 사장은 또 다른 거래업체에 A기업이 써먹었던 방법을 다시 활용하거나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가수금 으로 잡히게 되고, 대여금과 정산을 한 이후 잔액이 마이너스면 대여금으로 남 게 된다.
▷가지급금 통한 비자금 조성 차단 방안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부회장은 가지급금이 비자금 정거장이 되지 않도록 하 기 위해 가지급금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세청이 고시를 통해 모든 가 지급금에 대해 소명자료를 첨부하도록 하면 비자금 조성이 힘들어질 것으로 믿 는다.
■“가지급 때 소명자료 남겨야”■
박 부회장은 가지급금에 대한 소명자료 첨부를 시행하기 위해 부패방지위원회 를 통해 국세청에 질의를 했다고 한다. 부패방지위원회로부터 질의를 받은 국 세청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기업체에 업무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 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박 부회장은 이런 입장을 밝힌 국세청을 이해할 수 없 다는 태도다. “가지급금에 대해 소명자료를 첨부하도록 하면 나중에 세무서에 서 감사를 할 때 어떤 용도로 썼고, 또한 어떤 방법으로 상환을 했는지 추가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지요.”
손기원 인솔회계법인 대표는 일정 부문 기밀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임원급여 체제 조정을 제안한다. “대주주나 임원에 대한 현금대여를 들여다보면 개인적 으로 착취하기 위해 대여금을 쓰는 경우는 드물어요. 많은 대여금이 준영업차 원에서 필요한 기밀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지요. 가공매출이나 매출누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보단 임원급여를 높여 급여를 기밀비로 쓰도록 하는 게 현실 적인 방안이 될 겁니다.”
가공매출이나 매출누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보단 아예 임원 급여를 높여 급여를 기밀비로 쓰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경조비로 5만원만 인정됩니다. 그 러나 요즘 세상에 5만원 내면 욕 얻어먹지요. 20만∼30만원을 내야 할 경우가 많잖아요. 이때 자신이 받은 급여로 충당하게 하는 거죠.”
금전대여를 규제하는 증권거래법이 통과되더라도 대상은 상장기업과 등록기업 에 불과하다. 일반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은 외국거래를 통해 더욱 쉽게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 반면 비상장기업은 외국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지급금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 문화를 뿌리뽑 고 비자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가지급 행위에 제동 을 걸어야 한다.
원문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4&aid=0000005546 |